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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초만 버티면 이겼다.

그러나 그 1초가 너무 길었다.

후퇴를 모르던 코리안 좀비 정찬성는 그 1초에 정신을 잃었다.

1년 9개월을 기다린 복귀전 승리가 그 1초에 날아갔다.

5라운드 종료 10초를 남기고 러시를 했는데 종료 1초 전 로드리게스의 팔꿈치에 턱이 걸려 실신했다.페더급 10위 정찬성(31, 코리안 좀비 MMA/AOMG)은 11일(한국 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펩시 센터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39 메인이벤트에서 페더급 랭킹 15위 야이르 로드리게스(26, 멕시코)에게 5라운드 4분 59초에 실신해 KO패했다.

정찬성이 옥타곤 바닥에 주저앉는 순간 경기 종료 공이 울렸다.


경기가 끝나고 콜로라도주 체육위원회가 공개한 채점표에 따르면 심판 3명 가운데 2명이 4라운드 중 정찬성이 3라운드를 가져갔다고 채점했다. UFC 판정은 저지 3명 중 2명이 의견을 같이 할 때 갈린다. 5라운드가 끝난다면 5라운드 결과에 상관없이 정찬성이 2-1로 판정승을 거뒀다.


정찬성은 가까운 거리에서 타격과 레슬링으로 난타전을 즐기는 타격가인 반면 로드리게스는 원거리에서 발차기를 활용하는 타격가.

뒤돌려차기, 뒤차기, 플라잉 니, 나래차기 등 변칙적인 발차기로 정찬성을 압박했다.

정찬성은 단단했다. 로드리게스의 게릴라 공격에 어느 정도 대비가 돼 있었다. 중간중간 큰 충격을 허용했지만 오히려 펀치를 내며 압박을 풀었다.

경기는 타격 대 타격으로 전개됐다. 정찬성의 주먹과 로드리게스의 다리가 섞여 불꽃이 튀었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같은 흐름에 경기장 온도가 뜨거워졌다.

숨 막히는 공방전에선 정찬성이 근소하게 앞섰다. 4라운드까지 유효타가 112-72로 더 많았다. 정찬성의 맹공에 로드리게스는 여러 번 휘청였다. 5라운드에 돌입했을 때 로드리게스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4라운드까지 승패가 갈리지 않아 5라운드 시작 공이 울렸다. 정찬성과 로드리게스 둘 다 5라운드가 처음이다. 게다가 정찬성은 1년 9개월, 로드리게스는 1년 6개월 만에 복귀전이었다.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두 선수는 소강상태로 4분을 보냈다. 그러자 경기 내내 열광하던 펩시 센터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싸우라"는 뜻이었다.

종료 10초를 남겼을 때 로드리게스가 정찬성을 향해 두 팔을 들어 올렸다. 정찬성은 두 팔을 벌려 받아들였다.

남은 10초에 정찬성은 싸움을 걸었다. 팔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5초, 4초, 3초, 2초가 지났다. 그런데 이때 피하려던 로드리게스의 팔꿈치에 걸렸다.

정찬성은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쓰러졌다. 브루스 버퍼 장내 아나운서가 5라운드 4분 59초 로드리게스의 KO승을 발표했다.

정찬성은 지난해 2월 3년 6개월 만에 옥타곤에 올라 1라운드 어퍼컷으로 데니스 버뮤데즈를 꺾었다.

정찬성은 다시 옥타곤에 오르기까지 1년 9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7월 UFC 214에서 리카르도 라마스와 붙기로 했지만 십자 인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1년 동안 재활에 매진했다.

이번 경기 역시 우여곡절이 있었다. 원래 프랭키 에드가와 싸울 예정이었으나, 대회 2주 전 에드가가 어깨가 찢어지면서 로드리게스로 상대가 바뀌었다.

4개월 전부터 에드가의 레슬링에 철저히 대비했던 정찬성은 경기력이 전혀 다른 로드리게스를 상대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한국에서 급하게 태권도를 수련했던 동료를 불러와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정찬성은 2013년 조제 알도와 타이틀전 이후 5년 만에 졌다. 통산 전적은 14승 5패가 됐다.

로드리게스는 극적인 승리로 지난해 5월 에드가전 패배를 딛고 페더급 톱10에 진입할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1월 BJ 펜전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에 승리. 통산 11승 2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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